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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에 이런 랩실이?] 숨겨진 수학 지식을 채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 한강진 교수의 ’텐서들의 공간의 대수와 기하에 대한 연구 및 응용 연구실’

캠퍼스

2025. 11. 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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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직을 희망하는 DGIST 학부생들은 일찍이 연구실 경험을 쌓고자 빠르면 1학년부터 UGRP 혹은 학부생 연구원을 하게 될 교내 여러 연구실을 알아본다. 대다수의 학생은 익숙한 E동에 있는 연구실부터 먼저 연락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DGIST 내에는 학부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연구실이 많다. 바쁜 학부생들을 대신해 ‘디지스트신문 DNA’가 R동에 위치한 융합연구원 연구실을 비롯해 DGIST 내 흙 속의 진주 같은 연구실들을 취재했다. 학부생들에게는 낯설지만, 특색 있는 연구실들을 [디지에 이런 랩실이?] 시리즈 기사를 통해 소개한다.

1. 숨겨진 수학 지식을 채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 한강진 교수의 ’텐서들의 공간의 대수와 기하에 대한 연구 및 응용 연구실’

 

DGIST에 수학 연구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 DGIST 4대 과학기술원(= KAIST, DGIST, GIST, UNIST, 이하 과기원) 중 유일하게 수학과나 수학 전공 교육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학부생들은 DGIST에 수학 연구실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수 있다. 따라서 [디지에 이런 랩실이?] 시리즈 기사의 첫 주자로 교양학부 한강진 교수의 텐서들의 공간의 대수와 기하에 대한 연구 및 응용 연구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이름만큼이나 흥미로운 수학 연구실의 이야기를 전한다.

 

Q. 자기소개와 연구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양학부 한강진 교수입니다. 저는 한국연구재단(NRF)의 글로벌 기초연구실(BRL) 사업으로 진행 중인텐서들의 공간의 대수와 기하에 대한 연구 및 응용 연구실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의 연구진은 DGIST와 부산대 분들로 이루어져 있고, 참여 교수님은 현재 저를 포함해서 4, 박사후 연구원(post doc) 3, 학생 연구원은 8 (박사과정 1, 석사과정 1, 학부과정 6), 행정원 1명 총 16명의 인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연구실은 E7 L23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DGIST 글로벌 기초연구실에서 개최한 BRL kickoff 워크샵 단체사진 <사진 = 한강진 교수 제공>

 

Q. 연구실 이름인 텐서들의 공간의 대수와 기하에 대한 연구 및 응용 연구실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가요?

텐서(tensor)는 쉽게 말해 행렬(matrix)의 고차원적 일반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렬로 대표되는 선형대수학의 이론과 계산법 등이 우리 생활에 어떤 큰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 보면 텐서에 대한 연구도 얼마나 중요할지 쉽게 가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텐서를 연구하는 관점 중에 저희 연구실은 텐서들의 모임, 공간을 대수학과 기하학의 관점과 이론을 통해 바라보고, 그에 대한 여러 응용들을 모색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이렇게 정하게 되었고, 영문명은 ‘Algebra and Geometry of Spaces of Tensors and Applications’ 약어로는 ‘AGSTA’인데, 저의 연구분야인 대수기하학(Algebraic Geometry=AG)에 저희 연구진들이 스타(STAR)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도 그렇게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웃음)

 

Q.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대표적인 연구 성과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 진행된 연구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텐서계수와 텐서분해 등을 이해하기 위해 특정한 텐서들의 집합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기하학적 대상이 되며, 시컨트다양체(secant variety)라는 개념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칭텐서에 상응하는 기하학적 대상은 베로네제(Veronese) 다양체의 시컨트들입니다. 아직 이런 시컨트다양체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특히 유용한 정보가 이 다양체가 매립된 사영공간 안에서 갖는 결정방정식(defining equations)인데, 최근에 저와 일본 조사이 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경우의 시컨트다양체의 결정방정식을 모두 찾아내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미국 SIAM-AG에서 발표할 때에도 여러 가지 호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 결과는 저희 연구그룹의 부산대 팀 주도로 얻은 결과입니다. 대수적 복잡도(Algebraic complexity)이론에서 가장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 갖는 다항식 중의 하나가 정방행렬로부터 얻어지는 행렬식(determinant)입니다. 이 행렬식을 permanent(determinant계산에서 모든 부호를 양으로 놓고 계산해서 얻은 것)와 복잡도를 비교하는 것이 상당히 뜨거운 주제입니다. 저희 팀 또한 최근 4 x 4 행렬의 determinant의 텐서계수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성과를 얻어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학자 초청세미나 후 연구진들과 함께한 점심 <사진 = 한강진 교수 제공>

 

Q. 수학 연구실 산하 UGRP 팀도 최근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요?

맞습니다. 최근 행렬곱의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탐구하는 UGRP팀이 대한수학회 정기 발표회에서 우수 포스터 상을 받았습니다. 학회 특성상 대학원생들이 많이 출전했음에도 좋은 성과를 얻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수학회 정기 발표회에서 우수 포스터 상을 수상한 한강진 교수 UGRP팀 <사진 = 한강진 교수 UGRP팀 제공>

 

Q. DGIST 내에서는 수학 중심의 연구실이 드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실이 설립된 배경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지난 1 GIST에서 수리과학과가 출범함으로써 안타깝게도 현재 4대 과기원 중에 유일하게 수학과나 수학트랙이 없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기초필수 교과 외에 3,4학년 학생들이 (꼭 수학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들을 수 있는 수학 과목들이 꽤 있었으나, 20학번 이래로 학부 커리큘럼이 개편되면서 수학교과목이 많이 축소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가 과기원인 특성상 수학이 중요하고, 다른 이공학 연구와도 깊은 연관성을 가질 수 있으며, 또한 수학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꾸준히 개교이래로 꾸준히 입학해 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수학 분야 연구의 기회를 다시 활성화하려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번 기초연구실 사업이 나왔고, 교내/교외 여러 분들께서 좋은 연구 주제가 있으니 지원해 보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고민 끝에 본 연구실을 준비하였고, 감사하게도 기회가 주어져서 작년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의적절하고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을 다른 교원 및 박사후 연구원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고, 무엇보다 DGIST 학생들에게도 수학 연구 경험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수학 연구에 관심 있는 학부생들이 학부생 연구원(이하 학부연) 등의 자격으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요?

저희는 현재 학부연으로 8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부산대학교에서는 수학과에 재학 중인 박사, 석사, 학부생이 모두 참여하고 있고, 수학과가 없는 DGIST는 본 과제를 시작한 24 8월부터 수시로 학부연을 모집하여 현재 3명의 학부생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DGIST는 현재 수학전공이 없어 대학원생으로 참여가 쉽지 않은데, 향후 학제학과 등의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중장기적으로는 DGIST의 특색을 살린 수학과가 설립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수학 연구에 뜻이 있는 학생들은 학부연 모집 안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BRL kickoff 워크샵에서 발표하고 있는 학부생 연구원 <사진 = 한강진 교수 제공>

 

Q. 학부연은 주로 무슨 일을 맡게 되나요?

학부생들에게 주어지는 최우선 과제는, 수학을 잘 배워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무거운 일을 바로 맡기기보다 연구를 위한 기초 선지식들을 익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수학 연구라고 하면 보통 책상에 혼자 앉아서 푼다고들 생각하실 텐데, 실제 연구는 많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학부생들도 같이 대화하고 좋은 질문을 하는 것으로 연구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서 필요한 계산을 예측하거나 실제 계산까지 하는 등 수학 연구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도 학부연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Q.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역량이 있을까요?

저희 연구 주제가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1,2학년 수학 과목을 잘 이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면 수학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마음가짐입니다. 본인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 하고, 참여하고 싶어 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수학 개념을 다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학생들 중에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혼자 컴퓨터와 해결하려는 경우가 있던데, 그런 주저하는 태도는 연구자로서 좋은 방향이 아닙니다. 내가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을 이야기 하다 보면 좋은 질문까지 자연스럽게 나오니,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태도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연구는 외국인분들도 참여하고 계시고 공식적인 세미나도 영어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영어로 소통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학부연을 통해 연구실에서 얻어갈 수 있는 점 혹은 기대할 수 있는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수학 연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수학 연구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냥 주어진 시험 문제를 푸는 건 수학 연구가 아니거든요. 저는 수학 연구를, 금광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수학 연구자들은 없는 이론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숨겨진 놀랍고 아름다운 지식들을 채굴하는 사람들입니다. 채굴은, 논리성과 상상력, 열정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이죠. 실패하더라도 끈기 있게 가설을 검증하며, 마침내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느낄 희열을 통해 수학 연구의 진정한 의미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연구실에 대해 혹은 연구실에 관심 있는 DGIST 학부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1년에 적어도 한 번씩은 국제적인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연구실에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728일부터 81일까지 부산대에서 AGSTA summer school on tensors 라는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텐서공간에 대한 대수학과 기하학적인 연구에 가장 선도하는 두 분의 교수님을 주 강사로 모시고, 학생들이 기초부터 여러 open problem까지 접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내년에도 이런 행사들을 개최할 예정이니,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문의해 주시고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수학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수학 연구를 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성취감, 자신감은 다른 어떤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나중에 수학을 전공한다, 안 한다 상관없이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문의하시고 문을 두드리시길 바랍니다.

 

25 년 7월 부산에서 개최한 AGSTA BRL의 여름학교 포스터 <사진 = 한강진 교수 제공>

 

 

 

김리우 기자 klw@digst.ac.kr

이채원 기자 leechaewon03@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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