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상용화되는 것을 보고자 인하우스 변리사의 길을 걸어
인하우스 변리사, 원동식 지식재산경영팀장 <사진=류태승 기자>
변리사에 관심은 있지만, 변리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해야 변리사가 될 수 있는지 몰라 답답한 학생들이 많다. 오는 29일(목) 진로탐색세미나에서 원동식 변리사가 발표한다는 소식을 듣고 원동식 변리사와 미리 만나보았다.
Q. 변리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 지식재산권에는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이 있다. 산업재산권은 특허, 상표, 디자인, 실용신안으로 분류한다. 변리사는 산업재산권 중에서도 특허 관련 업무를 주로 한다. 지식재산권을 취득하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그 절차를 일반인이 정확히 알고 수행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절차들을 변리사가 대행한다. 좁게는 산업재산권 확보를 위한 출원, 등록, 대리업무에서 넓게는 소송, 분쟁, 침해감정평가 업무까지 맡는다.
변리사도 각자 일하는 분야가 있다. 단, 공식적으로 나뉜 것은 아니다. 다른 과학 분야를 다루기가 쉽지 않아서 자기 전공 분야에 맞춰서 일을 받는다. 분야를 나눈다면 ▲화학 ▲바이오 ▲전기∙전자 ▲기계 ▲디자인∙상표 변리사 정도로 나눌 수 있다.
Q. 제품에 따라 여러 분야가 융복합된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여러 분야 변리사가 함께 일할 때도 있는가?
- 처음부터 공동으로 작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공동작업을 하기보단 특허와 가장 맞는 분야의 변리사 한 명이 작성하고 다른 분야 변리사에게 검토받는다. 예를 들어, 바이오 센서는 기본적으로 센서여서 바이오 변리사가 일을 맡기는 힘들다. 그런 경우 전기∙전자 변리사가 주요 부분을 맡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바이오 변리사와 협업하거나 조언을 듣는다.
Q. 변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 변리사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변리사 등록을 많이 하긴 하지만 대부분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실무에서 특허업무를 수행한다.
변리사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으로 나뉜다. 1차 시험은 객관식이고 2차 시험은 주관식이다. 1차 시험에서 3배수를 뽑는다. 합격자는 그해에 한 번, 다음 해에 한 번, 총 두 번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2차 시험 4과목 평균이 60점 이상이면 합격, 60점 이상이 200명이 안 되면 성적순으로 200명까지 뽑는다. 보통 2차 시험 최고점이 70점 내외로 60점을 넘기가 쉽진 않다.
Q. 변리사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 특별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변리사가 된 것은 아니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선배가 이런 자격증 하나 가지고 있으면 좋다고 했다. 학부가 기계공학이고 전공에 관심이 있어 박사까지 생각했는데, 박사까지 하기엔 너무 오래 걸려 불안하니 시험을 봤다. 합격하고 바로 변리사 일을 시작했다. 무슨 거창한 계기는 없었고, 현실적인 이유로 변리사가 됐다(웃음).
Q. 변리사 일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는가?
- 예전에 LG에서 가전제품 관련 일을 했다. 그때 맡은 특허 중에 세탁기 하나에 드럼통이 두 개 달린 ‘트윈워시 세탁기’가 있었다. 그때는 이게 정말 될까 싶었는데 지금은 다 그렇게 나온다. 내가 맡았던 특허가 상품으로 나와 감회가 새로웠다.
Q.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 국가고시 같은 시험에 합격하려면 모두 수험생활을 거쳐야 한다. 수험생은 빠듯하고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버텨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힘들다.
자기 자신을 잘 관찰하고 그런 생활을 버틸 수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변리사가 자신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법을 다루는 직업이라 법이랑 잘 맞아야 한다. 법이 논리에 근거하다 보니 수학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자와 숫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먼저 경험해보고 이건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 때 하는 게 좋다.
Q. 지식재산경영팀이 학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지식재산경영팀을 소개 부탁한다.
- 지식재산경영팀은 올해 1월 1일에 신설됐다. 원래 기술창업혁신센터에서 지식재산, 창업, 기업지원 등의 업무를 모두 수행했는데, 올해부터 지식재산경영팀과 창업진흥팀과 기업육성팀으로 분화가 됐다.
지식재산경영팀은 ▲산업재산권을 확보 ▲확보된 산업재산권 및 연구결과를 기업에 이전 하는 일을 한다. 달리 말하면, 기술, 연구성과에 대해 관리하고 이전하는 일을 한다. 우리 팀이 관리하는 주요범위는 DGIST 연구과제와 관련된 것이다. 우리는 주로 교수, 연구원, 대학원생을 만난다. 가령, “집에서 보니까 하수구가 잘 막히는데 어떻게 하면 잘 뚫을 수 있을까”하는 것은 DGIST 연구과제와 관련이 없다(웃음). 이런 것들을 우리가 관리하지는 않는다.
Q. 그러면 기초학부생들이 UGRP에서 연구하는 것도 관련이 없나.
- DGIST 연구과제라 하면 그 성과는 DGIST에 귀속된다. 학부생 연구성과는 학부생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UGRP는 우리가 맡지 않기로 했다. 다만 UGRP 주제가 DGIST 연구 과제에서 나왔거나 DGIST 연구과제로 포함될 어떤 이유가 있다면 우리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
UGRP 연구성과로 창업을 생각하는 학부생은 아마 창업진흥팀에서 도와줄 것이다.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바가 있는가?
- 특허권을 획득하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기에 업무 특성상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한 명이 절차나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일 전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중에는 절차를 지키지 않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잘못되는 일도 있다. 절차가 지켜지려면 업무체계 확립이 급선무이기에 업무체계를 구축하는 데 큰 노력을 들이고 있다. 올해까지 하면 업무체계 구축이 마무리되고, 내년부터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 같다.
Q. DGIST에 입사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 기관 밖에서 특허를 쓰는 등의 일을 하는 변리사가 있고 기관 내에서 관리업무를 하는 변리사도 있다. 후자를 인하우스 변리사라고 한다. 기관 밖에서 특허를 직접 쓸 때는 특허를 쓴 후 어떻게 제품에 적용되고 상용화되는지 볼 수가 없다. 특허를 쓰는 것도 좋지만 특허가 적용되고 상용화되는 것도 보고 싶었다. DGIST를 왜 왔냐고 하면 고향이 가까워서 왔고(웃음), 왜 인하우스 변리사가 됐냐고 하면 특허가 제품에 적용되기까지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서라 하겠다.
Q. 29일에 진로탐색세미나를 하는데 그때 할 이야기를 미리 소개해 줄 수 있는가?
- 오늘 인터뷰한 내용에 더해서 변리사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대우를 받는지 이런 이야기를 준비해 가려 한다. 다만 준비한 내용은 간단하게 설명하고 질문을 많이 받으려 한다. 그게 학생들에게도 좋지 않겠나. 세미나에 오는 학생들이 많은 질문을 들고 왔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 해달라.
-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UNIST에서 5명이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기사를 봤다. KAIST나 POSTECH 등은 학교가 오래돼서 그 학교 출신 변리사가 많다. DGIST도 관심 있는 학생이 변리사가 돼서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학교 위상도 높였으면 좋겠다.
이동규 기자 kinkigu@dgist.ac.kr 류태승 기자 nafrog@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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