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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ian의 경험 ②] 일거양듀 : 두 번의 DURA와 임진택 학생('14)

DGIST 사람들

2016. 10. 1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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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까지 총 두 번의 DURA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관심 분야와, 각 학교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과 물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디지스트에 와서, 뉴턴의 법칙, 오일러의 법칙과 같은 것들은 물리학에서 배우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모두 설명이 되는 반면, 레이놀즈 수, 브라운 운동 등에 대한 해석을 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물리 분야에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생물학을 통해 미시적인 사고방식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생물학과 관련된 수학, 물리학적 예시들을 많이 보면서 앞으로도 생물학적 지식이 내 관심 분야와 많이 연계될 것이라 생각하였고, 그 때부터 생물학에 대한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성적은 다른 얘기더라.

나는 2학년 때에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 그리고 3학년 때에는 스위스의 ETH에서 DURA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경우, 주변이 조용하고 도심과 떨어져 있어 시골학교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에 비해 ETH는 스위스 중에서도 가장 발전된 도시인 취리히에 있는 학교인지라 훨씬 고풍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 존스홉킨스 대학에 가게 된 것은 지금까지 공부한 물리적 지식을 어떤 분야에 적용해볼지 고민하는 와중에, 그곳에서 연구하는 미시적 실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였다. ETH에서는 존스홉킨스에서 배웠던 지식과 기술을 좀 더 실질적인 연구로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Q. DURA 프로그램에 흥미가 생긴 계기는 무엇인가?

- 존스홉킨스 대학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우연히 동성로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던 중, 김진광 학생('14)이 먼저 제안을 해서였다. 이번에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해외 인턴십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며, 기존에 있던 FGLP 프로그램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구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원래 수동적으로 수업만 듣는 것보다는 외국인들과 교류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비록 당시 DURA 프로그램에서 제시된 주제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그곳에서 경험하게 될 실험실 분위기와, 외국인들과의 생활이 재미있을 거라 판단하고 지원하게 되었다. 

ETH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인슈타인이 공부한 대학’으로 알고 있었던 곳이다. 언젠가 연구실 교수님께서 TED 강연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를 계기로 그분의 연구 주제 자체에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단순히 경험을 목적으로 지원했던 2학년 때와는 달리 3학년 때에는 정말 연구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게다가 존스홉킨스에서의 6주는 내가 계획한 모든 실험을 끝마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디지스트에 돌아와 실험을 재개해보려 했지만 실험에 필요한 시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ETH는 그런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좋은 기회였다.


Q. 각 대학에서 했던 연구 활동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 달라.

-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총 6주 중에서 5주 동안 교수님께서 제공해주신 프로토콜에 따라 실험하였고, 마지막 한 주는 개인 실험을 진행하였다. 개인 실험의 경우 이전에 주어졌던 프로토콜을 약간 바꾸어서 실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연구였는데, 박테리아를 깔고 파지를 키웠을 때 박테리아가 죽는 것에는 칼슘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으로 실험하였다.

ETH의 경우 모든 실험이 개인 실험이었는데, 드러그 딜리버리(drug delivery)를 가능케 하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기존 방식의 경우, 리포솜을 통해 DNA 플라스미드를 세포 안에 형질 주입시킬 때, 그 시기가 ‘핵막이 없어지는 순간’으로 제한되어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내가 새롭게 제안한 주제는 그런 제약과 상관없이 세포 자체를 뚫어 DNA 플라스미드를 주입시킬 수 있는 로봇을 디자인하고 실제로 작동시키는 것이었다.


Q. (ETH에서) 6주 동안 혼자서 실험을 진행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랐을 것 같은데, 현지 교수님과의 상호 작용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 ETH에서는 교수님이 너무 바쁘셔서 거의 만나지 못했다. 주제를 잡는데 2주가 걸렸는데, 그곳 실험실에 위치한 오피스 사람들을 모두 만나보면서 주제를 좁히려고 노력했다. 그 중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카밀라 연구원과 가장 자주 만남을 가졌고 그 분의 도움으로 주제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곳에서 겪었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는 허가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여 곡절 끝에 클린 룸(clean room)에 대한 허가는 받게 되었는데, 그 밖에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장비의 경우 제대로 허가를 받으려면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문제는 현지 연구원 분들과 여러 번 만나 상의를 거친 후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었다. 계속 도움을 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개인 실험을 진행하면서 카밀라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여 아이디어를 공유하였고, 내가 제안한 모델이 선정되기도 했다. 


Q.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동기 한 명과 함께 지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혼자 보냈던 ETH에서의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나?

- 나는 ETH에 가기 전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살았던 쉐어 하우스에서 여러 외국인 친구들과 사귀게 되면서 주중에는 실험하고, 주말에는 함께 놀러 다니는 생활을 반복했다. 여기서 잠깐 여행에 관한 팁을 주자면, 스위스에는 ‘travel pass’라는 기차 티켓이 있는데 이 티켓은 사용자가 지정한 몇일 동안 거리에 상관없이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프리패스 티켓이다. 스위스에 갈 일이 생긴다면 꼭 travel pass를 이용했으면 좋겠다. 

또한 2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현지 학교의 체육시설을 많이 이용했다. 특히나 ETH는 캠퍼스가 넓어서 체육 시설도 여러 군데 위치해 있다. 나는 배드민턴 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곳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와 자주 체육 시설을 이용하곤 했다. 주중에도 실험이 일찍 끝나면 식사를 마치고 배드민턴을 치러 가는 것을 즐겼다.


Q. 존스홉킨스 대학과 ETH 대학에서의 연구 활동을 구체적으로 비교해 달라.

- 존스홉킨스의 경우 교수님께서 지시하시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ETH에서는 좀 더 주체적으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었다. ETH에 도착한 뒤 첫 미팅에서,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1주일 동안 나머지 5주간의 실험 계획을 세워오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그런 상황이 당황스럽게만 느껴졌지만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실험실 분위기 또한 큰 차이가 있었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규율이 엄격한 생활을 했던 반면, ETH에서는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실험할 수 있었다. 특히나 퇴근시간에 대한 압박이 없어서 피곤할 때에는 일찍 퇴근하는 등 내 스케줄에 맞추어 실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Q. 연구 활동 외에 그곳에서 경험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활동이 있는가?

- 스위스의 취리히에서는 3년마다 한 번씩 취리히 페스티벌이 열린다. 공교롭게도 내가 방문했던 이번 여름이 바로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에 해당했다. 이틀 정도 진행되는 축제 동안 춤도 추고, 맥주도 마시는 등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지만 그곳에서 본 불꽃놀이가 가장 인상 깊다. 독일과 이탈리아간의 축구 경기가 생중계되는 광장에 가보기도 했는데, 스위스에는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각자의 나라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Q. 앞으로 DURA 프로그램에 지원할 동기나 후배들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

- 가장 중요한 점은 미리 영어 점수를 준비하는 것이다. ETH를 비롯한 이번 여름 DURA 프로그램은 너무 갑작스럽게 공지되는 바람에, 점수를 마련하지 못해서 지원하지 못한 학생들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점수 커트라인이 오르는 바람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토익 스피킹이었다. 지원 날짜까지 일주일 남짓한 시간밖에 남지 않아 시험을 치룰 기회가 단 한번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다행히 점수가 통과되어 DURA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었다. 물론 점수와 더불어 자신의 스피킹 실력 자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면접에 신경을 쓰길 바란다. 내가 봤던 두 번의 면접 모두 시험기간에 몰려 있어 적어도 한 달 전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제대로 대비하기 어려웠다. 그러므로 DURA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 모두 미리미리 연습하길 바란다. 연습을 반복한다면 실제 면접에서는 더욱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실험에 관련해서 미리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어떤 실험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대략적인 아이디어는 꼭 생각해놓길 바란다. 또한 그곳의 연구원분들 모두 디지스트와 관계가 있으므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FGLP와는 달리 DURA 프로그램의 경우 정말 학생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많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공항에서 학교까지 셔틀을 제공해주긴 했으나, ETH의 경우 비행기 표 말고는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 나는 현지 운송수단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가 많이 없어 처음에 꽤나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그곳에서 연구하는 동안 개인 랩 노트에 그날 한 실험들과 결과를 간략하게 기록하길 바란다. 나중에 주차별 활동 내역을 적어 보고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대비해서 미리 기록하는 게 좋을 것이다.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무엇인가?

- 지금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이다. 현재 디지스트 마이크로 랩에서 학부 연구생으로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데, 너무 성급하게 내 전공을 정해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고 있는 이 주제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결실을 맺고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목표는 논문을 하나 내보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게 된다면 이 분야에서만큼은 내가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증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인터뷰에 대한 소감

- 지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길에 대해서 한 번 더 정리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기자의 한 마디>

  바쁘신 와중에 흔쾌히 인터뷰를 승낙해주셔서 감사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카카오톡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귀띔해주신 임진택 선배님께 한 번 더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전서영 기자(wjstjdud0117@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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