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강신청 시리즈] 10년 넘게 이어져 온 수강 제도 문제, 학부생의 목소리 속에서 그 답을 찾다(1)

dgistDNA 2025. 4. 30. 11:42

매년 반복되는 수강 신청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인 수강신청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로 앞서 2024 11 14일자 기사(관련기사: ‘1학년 1학기복학생도신입생수강신청가능’, ‘예비수강신청일자변경’… 2025 수강신청개편)에서 심층적으로 다룬 바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DGIST 강의 수강 제도 자체에 있다.

이에 디지스트신문 DNA는 기초학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수강 정원 강의 다양성 ▲비트랙 지정 기준 등 수강 제도의 핵심 사안에 대한 인식을 파악했다. 조사는 2025 2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진행했으며, 이번 기사에는 그 결과를 분석해 DGIST 수강 제도에 대해 기초학부생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문제점을 조명한다.

 

본 설문조사에는 19학번부터 24학번까지 총 112명의 기초학부생이 참여했다. 24·23·22학번의 참여율이 높았으며, 21·20학번이 뒤를 이었다. 특히 현재 입학 3년 차 학생인 23학번의 참여율이 두드러졌다. 이는 전공 필수 과목을 본격적으로 수강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라는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전공 트랙 분포에서 컴퓨터공학 트랙이 과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했으며, 전자공학 트랙과 생명과학 트랙이 비슷한 비율로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은 복수 응답을 허용했기 때문에, 컴퓨터공학 트랙이 복수 전공으로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컴퓨터공학 전공 필수 강의의 정원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암시한다.

설문에 응답한 학부생의 학번 및 전공 트랙 분포 (복수전공 포함) <그래픽 = 김오민 기자>

 

부족한 수강정원... 전공 필수 과목 정원부터 개선되어야

DGIST 학부 과정이 개설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수강 정원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응답자들은 인식했다. 수강 정원 부족으로 인해 수강 신청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0%매우 그렇다고 답했으며, ‘그렇다까지 포함하면 87.5%에 달하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정원 부족에 따른 수강 신청 실패 경험 <그래픽 = 김오민 기자>

 

수강 신청에 실패한 강의 유형 & 학부생이 실제 체감하는 수강 신청 난이도 <그래픽 = 김오민 기자>

수강 신청에 실패한 강의 유형을 살펴보면, 과반 이상의 응답자가 전공 필수 과목을 꼽았으며, 그 뒤를 이어 비트랙 인문 필수(학술 글쓰기, Scientific Writing, Academic English) ▲전공 선택 공학 선택 교과목 순으로 40% 이상의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1학년 기초 과목 정원은 처음부터 비교적 충분한 정원이 설정되어 수강 신청 실패 경험이 적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체감하는 수강 신청 난이도 또한 정원 문제에서 중요한 지표이다. 수강 신청 난이도가 높다고 느낄수록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 가장 높은 난이도를 보인 교과 영역은 앞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전공 필수 과목이었다. 그 뒤를 이어 ▲기초 과학 및 수학 교과목 비트랙 인문 필수 순으로 모두 30%를 넘는 응답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교과목은 실패 경험과 난이도가 어느 정도 비슷한 경향성을 보이지만, 전공 선택과 기초 과학 및 수학 교과목의 경우 서로 다른 양상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공 선택의 경우 체감하는 난이도에 비해 실패경험의 응답이 2배 이상으로 두드러지는데, 이는 전공 선택 과목 중 특정 강의 몇 가지만 인기가 높아 전체적인 측면에서의 전공 선택 과목 수강 난이도에 비해 실패 경험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초 과학 및 수학 교과목은 실패 경험보다 난이도가 더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정원 자체는 넉넉하게 설정되어 있으나 소위 말하는 겹강이 없는 좋은 시간대나 인기 많은 특정 교수자의 강의의 경쟁이 심한 것에 대한 결과가 적나라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수강 신청 실패 경험과 신청 난이도 모두에서 전공 필수 과목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한 결과는, 학부 수강 정원 문제 해결의 최우선 과제는 전공 필수 과목의 정원 확대임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실수요에 맞는 정원 조정 및 강의 개설 확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또한 전공 선택과 기초 과학 및 수학 교과목의 수강 실패 경험과 난이도 사이의 특이한 양상이 보이는데 있어 기계적인 증원보다는 원인 분석을 통한 핀포인트 해결책이 요구된다.

 

단 한 번의 수강 신청 실패에서 이어지는 학업 계획 차질

수강 신청 실패나 난이도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정원 부족이 학부생들의 학업 계획에 실제로 차질을 유발하느냐는 점이다. 난이도가 높더라도 수강 정원 증원이나 수강신청원과 같은 구제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희망하는 강의를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학업 계획에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증원과 수강신청원의 존재 의의이다. 그러나 DGIST의 경우 대부분의 교과목이 대체 과목 없이 한 강의만 개설되며 상당수 교과목의 시간표가 겹쳐 한 과목만 놓쳐도 시간표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또한 트랙별로 학년에 따라 강의 시간표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수강 학기를 놓치면 해당 학기 뿐만 아니라 이후 학기에도 그 여파가 지속된다. 따라서 수강 신청 실패 이후 적절한 구제를 받지 못하면 그 과목을 듣기 위해 1, 어쩌면 몇 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 한 번의 수강 신청 실패가 연쇄적인 학업 계획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강 신청 실패 이후의 구제 과정이나 교과목 대체 및 시간표 배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문 필수 강의(학술글쓰기 Academic English Scientific Writing)와 비트랙 강의 수강 신청에 실패해 학업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는 응답이 둘 다 약 40%에 달했다.

인문 필수와 비트랙 강의의 수강신청 실패로 인해 학업 계획에 지장이 생긴 경험 <그래픽 = 김오민 기자>

 

이 가운데 학술 글쓰기 강의는 2학년 이상 학생들의 정원을 한 강의당 4명으로 제한하는 정책으로 인해 많은 학생이 어쩔 수 없이 영어 글쓰기 과목인 Scientific Writing을 수강해야 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학술 글쓰기 과목에서 1학년 정원이 모두 소진되지 않은 경우에도, 고학년의 추가 신청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점이 주요 불만 사항이었다. 학생들은 이러한 정책이 강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트랙 교과목의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 특정 인기 비트랙 강의에는 수강 희망자가 과도하게 몰려 수강 신청이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운 반면, 비인기 강의는 비교적 쉽게 신청할 수 있는 불균형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비트랙 강의 개설 방식과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다.

 

전공 필수 강의의 수강 신청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수강 신청 실패로 인해 학업 계획에 차질을 빚은 비율이 응답자의 과반수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공에 따라 수강 희망 인원과 수강정원이 천차만별이라, 특정 전공에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전공필수 강의의 수강신청 실패로 인해 학업 계획에 지장이 생긴 경험 <그래픽 = 김오민 기자>

 

설문조사 결과, 복수전공과 부전공으로 인기가 높은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학업 계획에 가장 큰 차질을 겪었으며, 전자공학과 재료공학 및 화학 트랙 전공자가 그 뒤를 이었다. 현재 DGIST의 트랙 제도에서는 전공 인정을 받기 위해 지정된 전공 필수 과목을 모두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인기 전공, 특히 전공 필수 과목을 타전공 학생들이 많이 수강하는 전공에서는 정작 수강이 제일 절실한 전공희망자가 전공 필수 과목에 수강 실패하여 제때 전공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등의 학업 계획에 지장이 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현상은 트랙 제도가 이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가 증원 및 강의 수 확대를 통해 전공 필수 강의 수강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전공 필수 과목 및 전공 인정 방침을 개선하여 특정 전공을 주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이 무학과 정책에 대한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DGIST 학부생 4명 중 1명은 선수 과목 수강 신청에 실패해 진로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전자공학 트랙의 선수과목을 수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전자공학 전공 응답자의 과반 이상 비율을 나타내고 있는 점은 눈 여겨 볼만 하다. 이러한 응답은 전자공학 트랙 전공 과목에 선수과목이 많이 지정되어 있고 이 선수과목들의 수강신청이 어려운 현실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회로이론과 계측법을 수강하지 않고 전공 필수 과목인 전자회로 이론을 듣고자 하는 학생들이 수강 신청원에 허가를 요청하는 사례가 빈번했고, 해당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가 더 이상 수강 신청원을 받아주지 않겠다고 공지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선수과목 강의의 수강신청 실패로 인해 학업 계획에 지장이 생긴 경험 <그래픽 = 김오민 기자>

 

전공 강의 다양성의 부재

DGIST의 규모가 가진 한계와 교원 확충 문제로 인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야 하지만, 각 전공의 개설 강의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같은 전공 내에서 다양한 학문적 분과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개설 강의가 적어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며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는 타 종합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강의 다양성의 부재는 결과적으로 전공 내 학문적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DGIST가 기초학부 제도를 도입하며 학문 간 융합과 배움의 다양성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정작 전공 내에서는 획일화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공 과목의 다양성에 대한 만족도 <그래픽 = 김오민 기자>

설문조사 결과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트랙은 컴퓨터공학 트랙이다. 컴퓨터공학은 다양한 세부 분야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타 대학에 비해 개설 과목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다. 이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압도적인 수치로 나타났다. 전공자 수 대비 응답률과 추가 불만 제기 정도를 보았을 때 화학 관련 전공 또한 전공 과목 다양성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전공 강의의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신규 교과목을 여럿 개설하고 있는 전자공학과 생명과학 트랙은 전공자 수에 비해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적은 것이 설문조사 결과에 나타났다. 이는 실제로 전공 과목의 선택지를 증가시키면 학부생들이 체감하는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증가함을 암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은 전공 강의 다양성에 대해 실질적인 수요를 반영한 과목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타 대학에서 제공하는 커리큘럼에 부합하는 강의를 제공하는 바램도 컸다. 이는 전공 강의 뿐만 아니라 DGIST의 전체적인 교과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는 문제로, DGIST가 세계 유수의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향후 꼭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감대 형성 없는 비트랙과 더불어 수강신청원 제도의 현실적 어려움 유명무실한 계절학기 학사팀의 노력에 대한 학부생들의 지적과 문제 제기에 관한 외침은 다음 기사에서 이어진다.

 

노경민 기자 nomin@dgist.ac.kr

이상아 기자 sa0531@dgist.ac.kr

김오민 기자 omin.kim@d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