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의 사례로 반면교사하는 DGIST 대학평의원회의 방향성
대학평의원회란 무엇인가
대학평의원회란 교직원과 학생, 직원 등 학내 구성 단위의 대표자들이 모여 중요 정책에 대해 심의/자문하는 기구이다. 2005년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며 도입되었는데,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정을 견제하고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시작되었다. 이후 17년 11월 28일 고등교육법의 개정으로 국·공·사립 구분 없이 모든 대학이 평의원회를 설치·운영하게 되었다. 우리 원의 경우 과학기술원법에 의해 운영되므로 고등교육법에 의거 의무로 설치해야 할 학교는 아니다.
대학평의원회는 11명 이상으로 구성되며 교원, 직원, 조교 및 학생을 포함하되 동문 등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를 포함할 수 있다.
이들은 ▲대학 발전 계획에 관한 사항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대학헌장과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으로서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해 심의 및 자문의 권한을 갖는다. (고등교육법 제19조의 2)
우리 원은 현재 이사회에서 학내 주요 사안의 심의·의결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사회에서는 대학 내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없으므로 모든 구성원의 민주적인 학내 정책 참여를 위해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필수적이다.
다른 학교의 대학평의원회 설치 현황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의해 18년 5월 29일부터 국·공립대학도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해야 하나, ‘고등교육법 제19조의 2에 따른 국·공립대학 대학평의원회 설치 및 운영 현황’에 따르면 18년 8월 9일 기준으로 47개 국·공립대학 중 8개 학교만이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했다. 대학평의원회 설치의 난항은 각 단체의 입장차가 원인이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지난 3월 22일 대학평의원회 구성이 어느 한 단체의 1/2를 넘지 못한다는 조항에 대해 대학의 교유한 기능인 교육과 학문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교수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청원했다. 반면 조교 단체와 대학 공무원 노조는 다양한 구성원의 최소한의 참여를 보장하는 대학평의원회의 특성 상 구성비를 제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국공립대학생연합회도 4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대적 약자가 되기 쉬운 학생위원의 참여 비율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각 단체의 대립으로 인해 평의원회의 구성은 쉽지 않다.
대학 내 평의원회가 설치된 학교도 평의원회의 유명무실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6월 중앙대는 특정 4개 학과를 폐지하는 학칙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후 평의원회가 심의를 보류했으나 중앙대는 학과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학생들은 이에 대학 평의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학칙개정은 무효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평의원회는 의결기관이 아니므로 개정안을 무효로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남대에서도 철학과의 폐지 과정에서 평의원회 위원 10명 중 9명의 반대가 있었으나 폐지를 강행하는 비슷한 갈등 사례가 있다. 이처럼 대학 평의원회가 의결이 아닌 심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학생 사회의 의견이 반영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16년 박경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대학의 대학평의원회 구성 중 학생 비율은 평균 11.9%였고, 이 중 70.8%인 189개
대학에서는 학생위원이 단 1명에 불과했다. 이는 동문/기타 사항의 비율인 23.6%보다도 적은 수치이다. 또한 ‘대학평의원회 운영 규정’을
제출한 107개 대학 중 76.6%인 82개 대학에 대학평의원회에서 알게 된 비밀사항의 비밀유지 조항이 있었고, 일부
대학의 경우 이를 어길 경우 위원에서 해촉하거나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이로 인하여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려는 대학평의원회의 취지는 훼손되고 있다.
과학기술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UNIST가 2015년부터 대학평의원회를 운영중이다. UNIST의 대학평의원회는 ▲총장이 추천하는 3명 ▲전임교원 10명 ▲ 정규직원 3명 ▲학부학생대표 1명과 대학원학생대표 1명(개정 2016.10.12)으로 이루어져 있다.
DGIST의 대학평의원회 설치 현황
과학기술원은 고등교육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에 대학평의원회의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어, 2017년부터 과학기술원 학생들이 연대하여 논의중이다. 4개 과기원의 요청에 따라 조승래 의원 외 15인은 지난 2월 2일 ‘한국과학기술원법’, ‘대구경북과학기술원법’ 등 법률안 4안을 발의했다. 이는 과학기술원에 ‘평의원회’를 두어 중장기 학위과정 및 교육이나 연구에 관한 사항, 학생과 교직원의 복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하고, 구성원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한편 특정 구성원의 수가 평의원 정수의 1/2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9월 19일 상정된 상태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과학기술원에도 대학평의원회의 설치가 의무가 된다.
우리 원에서도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학생 차원에서 대학평의원회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 12월 대학평의원회에 대해 논의하기 위하여 학생총회를 개회하고자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실패하였다. 2018년 4월 10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는 ‘대학평의원회설치준비위원회’ 설치와 정관 개정을 함께 요구하기로 의결하였다. 9월 28일 전학대회에서 대학평의원회 총학생회안의 수정과 정책투표를 실시하기로 하였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책투표는 총 투표수 118표 중 찬성 112표로 11월 23일 전학대회에서 최종 의결이 진행 예정이다.
총학생회에서는 대학평의원회 총학생회안을 통해 우리 원의 대학평의원회가 ▲중장기 학위과정 운영계획에 대한 사항 ▲교육, 연구 및 학생, 교직원의 복지에 관한 사항에 대해 심의 권한을 가져야 하고, 학생 구성비를 25%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해서 대학 평의원회가 의결할 수 있도록 하여 대학평의원회에 의결권까지도 부여할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이는 대학평의원회가 자문 권한만 갖는 무의미한 기구가 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DGIST의 대학평의원회가 가야 할 방향
대학평의원회는 자문·심의기구이다. 의결 권한이 없으므로 학생사회의 목소리를 학교운영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는데 실패한 타 학교의 사례가 많다. 따라서 최소한 심의 사항이 무시되지 않도록 적절한 규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평의원회에서 사립학교의 예시처럼 학생 대표의 비율이 낮으면 주요 사항에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 따라서 적정 비율을 유지하여 학생 사회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요구를 공식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가 대학평의원회인 만큼 학생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난 겨울과 같이 학생들의 관심 부족으로 학생총회가 열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일이 반복되면 안될 것이다.
신민혜 기자 shinminhye@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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